몰아보기 좋은 영화 시리즈 영화 베테랑 1, 2편 리뷰
욕망이라는 건 참 묘한 감정이에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커지면 오히려 삶 전체를 삼켜버릴 때도 있죠.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면, 우리가 평소 애써 외면하거나 감춰왔던 욕망의 본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한국 영화에는 그런, 욕망의 끝을 향해 질주하는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죠. 더 많은 돈, 더 큰 권력, 혹은 절실한 사랑을 쫓다가 결국엔 자신을 잃고 마는 인물들. 그 과정은 때로는 서글프고, 때로는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눈을 떼기 힘든 것 같아요.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욕망을 좇았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평소엔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탐욕'이라는 감정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욕망이라는 감정에 휘둘리다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린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을 함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내부자들> 속 안상구(이병헌)는 처음엔 거대한 권력 뒤에서 움직이는 조력자로 등장합니다. 정치인과 재벌 사이에서 온갖 더러운 일들을 처리하며 올라가던 그는,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 뒤 복수를 결심하죠. 그 복수심은 처음엔 정의로 가장되지만, 점점 안상구 자신의 욕망으로 변해갑니다. 안상구는 부당함을 바로잡으려는 의인이라기보다는, 배신당한 자존심을 회복하고 다시 권력을 쥐고 싶은 인물입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더는 정의를 위한다기보다, 자신만의 룰 안에서 움직이는 냉소적 존재가 되어갑니다. 과거엔 권력의 하수인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 하는 또 다른 괴물이 되어가죠. 그의 욕망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자신을 망가뜨리는 독이 됩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상류층 가정의 균열을 섬뜩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속에서 ‘백고모’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인데요. 그녀는 겉으론 집안일을 보조하는 조용한 조력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집안의 질서를 유지하고 지배하는 숨은 권력자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의 이면에는 분명 욕망이 자리하고 있죠. 백고모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자 사람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때론 파멸시키는 선택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구조 안에서만 안정을 느끼며, 그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통제가 조금이라도 어긋날 때, 그녀의 본색이 드러나죠. 가장 조용하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던 그녀가, 사실은 탐욕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줍니다.
<돈>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조일현은 우리가 잘 아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로 시작합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으로 주식 브로커의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점점 더 큰 금액이 오가는 세계에 빠져들며 달라지기 시작하죠. 처음엔 단순히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얼마까지 벌 수 있는가”만이 삶의 기준이 되어버립니다. 조일현의 욕망은 악의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욕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신을 집어삼키며, 더 많은 돈, 더 큰 수익을 쫓게 만듭니다. 그의 양심은 점점 흐려지고, 결국엔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내몰리게 되죠. <돈>은 조일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욕망이 얼마나 쉽게 사람의 기준과 도덕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내부자들>의 안상구, <하녀>의 백고모, <돈>의 조일현. 이 세 인물은 모두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을 때, 그 욕망은 결국 자신을 삼키는 괴물이 되어버렸죠. 복수를 원했든, 권력을 원했든, 돈을 원했든 — 그 끝은 모두 파멸 혹은 깊은 상실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들 캐릭터를 보면서 ‘욕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이 어디를 향하느냐,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느냐가 인생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 욕심이 때론 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욕망 자체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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