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 영화 공공의 적 총 정리 (1~3편) 리뷰

스릴러 장르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르이지만, 서사 구조와 정서 표현 방식은 지역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한국 스릴러는 서양의 스릴러와 달리, 단순한 범죄 해결이나 반전의 재미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심리, 사회적 맥락, 정서적 여운에 깊은 무게를 둔다.
이 글에서는 서양과 한국 스릴러 영화의 서사 구조가 어떻게 다르게 구성되는지, 플롯 전개, 캐릭터 중심성, 감정 표현 방식, 결말의 양상 등을 비교 분석한다. 한국 스릴러는 현실 속 불안과 죄책감, 침묵의 감정을 천천히 누적시키며 긴장을 만들고, 서양 스릴러는 장르적 공식을 바탕으로 명확한 갈등과 해결 중심의 전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를 통해 한국 스릴러만의 고유한 미학과 감정 서사의 힘을 살펴본다.
서양 스릴러는 이야기 구조가 매우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주인공의 목표 → 장애물 → 갈등 고조 → 클라이맥스 → 해소로 이어지는 3막 구조 또는 5단계 플롯이 뚜렷하며, 주로 논리적 진행을 중시한다. <나를 찾아줘(Gone Girl)>나 <프리즌스> 같은 영화는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한 정교한 퍼즐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관객은 사건의 퍼즐을 함께 맞추는 탐정 역할을 맡게 된다.
반면, 한국 스릴러는 정서 중심의 내러티브가 뼈대를 이룬다. 이야기는 인물의 내면 상태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며, 사건보다는 ‘사람’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마더>는 추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한 어머니의 무너지는 정신과 도덕성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관객에게 보다 깊은 몰입을 제공한다. 관객은 서사의 흐름보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며, 이야기보다는 감정의 축적이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한국 스릴러의 전개 방식은 비논리적이라기보다, 감정적으로 논리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서양 스릴러의 주인공은 대개 능동적이고 분석적이며, 극복 의지를 가진 영웅적 인물이다.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처럼 기억을 잃었지만 능력은 뛰어난 존재, 또는 <셜록 홈즈>처럼 천재적 사고력을 가진 인물이 사건을 주도한다. 이들은 전개 내내 중심에 서서 위기를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하거나 질서를 복원한다.
한국 스릴러는 정반대다. 무력하고 흔들리는 인물들이 중심에 있다. <살인의 추억>의 두 형사는 실수를 반복하고,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을 맞는다. <추격자>의 전직 형사 주인공은 경찰이 아닌 범죄자이며, 정의감보다는 생존과 후회에서 비롯된 행동을 한다.
이러한 비영웅적 인물은 현실적이며, 오히려 관객에게 더 깊은 공감을 이끈다. 완벽한 능력보다는, 인간의 약함과 실수, 감정적 폭발이 이야기를 끌고 가며, 결과적으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서사 요소가 된다.
또한, 악역 또한 단순한 악으로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조차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며, 복수하는 자의 타락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이는 한국 스릴러가 도덕적 회색 지대를 조명하는 데 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양 스릴러는 대부분 이야기의 끝에서 명확한 해소를 제공한다. 사건은 해결되고, 범인은 체포되며, 주인공은 내면적으로 성장하거나 교훈을 얻는다. 이는 전통적인 서구 서사 구조의 영향이며, 갈등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는 서사학적 규칙이 적용된다. <세븐>이나 <프리즈너스>는 충격적 결말이지만, 범인은 밝혀지고 플롯은 닫힌다.
반면, 한국 스릴러는 이야기보다 여운과 질문을 남기는 결말을 선호한다. <곡성>은 누가 진짜 악인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나며, 관객은 불쾌한 감정을 품고 극장을 나오게 된다. <밀양>에서는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을 택한다. <기생충>은 계급이라는 굴레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물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결말 이후의 세계를 관객에게 남긴다.
이러한 결말은 감정의 여운을 길게 이어가게 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해석하고 토론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한국 스릴러는 종결보다 잔상과 성찰에 중점을 둔다. 이는 단지 서사적 선택이 아니라,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 구조와도 관련 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불완전한 현실에 익숙한 사회에서는 열린 결말이 더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
서양과 한국 스릴러 영화는 같은 장르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있다. 서양은 사건 중심, 영웅 중심, 논리적 해소의 서사를 택하고, 한국은 감정 중심, 인간 중심, 열린 결말의 구조를 보여준다. 한국 스릴러의 힘은 플롯의 놀라움보다, 그 안에 담긴 인물의 감정, 사회적 메시지, 심리적 충돌에서 나온다.
관객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함께 상처받고 흔들리고, 질문을 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래서 한국 스릴러는 오래 기억에 남고,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스릴러를 보는 이유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감정과 진실에 가까워지고 싶어서라면, 한국 스릴러의 서사 구조는 그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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