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 영화 공공의 적 총 정리 (1~3편) 리뷰

사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시대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땅’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명당》은 풍수지리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조선시대 권력 다툼과 야망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배우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등 묵직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힘 있는 연기를 펼치며, 단순한 역사물에서 벗어나 인간의 욕망과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박재상 (조승우) : 명당을 읽는 천재 지관. 어린 시절 가족을 풍수 때문에 잃고 복수를 다짐한다. 뛰어난 풍수지리 실력을 갖춘 인물로, 권력을 쥐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며 정의로운 선택을 하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흥선 (지성) : 몰락한 왕족 출신. 왕실의 부활을 꿈꾸며 박재상과 손을 잡는다. 명당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려는 인물로, 정치적 야망과 혈통의 명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
김병기 (김성균) : 권력을 탐하는 정치가. 민씨 세력과 결탁해 명당을 차지하고 자신이 조선을 쥐려는 계획을 세운다. 차분한 말투 속에 날카로운 야망이 숨겨진 무서운 인물이다.
조선시대 말, 왕권은 점점 힘을 잃고 민씨 세도가가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나라를 움직이던 혼란의 시기였다. 그 한복판에서 지관 박재상은 ‘풍수’로 인해 억울하게 가족을 잃는다. 아버지가 명당에 묘를 썼다는 이유로 일가가 몰살당하고, 홀로 살아남은 박재상은 풍수를 무기로 민씨 세도를 무너뜨릴 복수를 꿈꾼다.
박재상은 탁월한 지관으로 성장하며 산천의 기운과 지맥을 읽어내고, 전국 명당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분석하는 인물로 자리 잡는다. 그러던 중 그에게 다가온 이는 몰락한 왕족 흥선(후의 흥선대원군). 그는 왕실의 부활을 위해 명당의 힘을 빌리고자 박재상과 손을 잡는다. 이들은 함께 민씨 일가가 장악한 명당을 파헤치고, 그곳에 새로운 왕족의 무덤을 쓰는 것으로 민가를 견제하려는 계획을 실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변수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인물 김병인이다. 그는 흥선보다 한발 앞서 명당을 장악하고 왕권을 자신이 세우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박재상은 민씨도, 김병인도 아닌 오직 땅의 기운과 정의로운 사람을 위한 길을 택하고자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권력을 잡기 위한 욕망,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중적인 면모와 충돌, 그리고 결국 명당이라는 공간이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점차 드러난다.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정치극이 아니라, 땅을 지배하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풍수의 논리가 어떻게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것이 불러오는 파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서사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각 인물들이 땅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단지 권력만이 아니었음을 관객은 서서히 깨닫게 된다.
《명당》은 단순히 풍수를 다룬 시대극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과 믿음의 형태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정치 비판극이다. 특히 풍수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당시 사회 구조 속에서 실질적 권력의 매개체로 작용했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땅이 가진 힘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보다는, 그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이 더 무섭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주인공 박재상의 서사는 정의와 이상 사이에서의 갈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역시 풍수라는 힘을 복수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정의로운 인물로 볼 수 없다. 이는 관객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명분으로 욕망을 쫓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정치권력의 추악한 실체는, 오늘날의 현실과도 겹쳐 보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명당》은 ‘좋은 땅’이라는 개념을 통해 누가 그곳에 묻히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는 믿음이 사회 전체를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섬세하게 그렸다. 이는 단순히 땅의 문제가 아니라, 그 땅을 둘러싼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미래를 향한 통제 욕구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영화는 결국 어떤 명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설 것인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 믿음, 복수, 이상, 현실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을 통해 《명당》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유효한 권력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역사물이면서도, 매우 현재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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