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보기 좋은 영화 시리즈 영화 베테랑 1, 2편 리뷰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살아간다. 어떤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때로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영화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정당화가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서 있다면, 과연 그것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한국영화 속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믿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선택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한다. 그들의 눈엔 자신이 여전히 선한 사람이고,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몰았을 뿐이라고 느낀다.
처음엔 단순한 변명이었을지 몰라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마음은 끊임없는 자기합리화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끈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이 글은 그런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기기만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조명해보려 한다. 이 글에서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며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인물들의 심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곡성>(2016)에서 등장하는 외지인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직접적으로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하지 않지만, 무표정하고 태연한 얼굴로 상황을 넘긴다. 관객은 그에게서 죄의식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옳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듯한 태도는 더욱 섬뜩하다. 이 캐릭터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스스로를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기합리화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더>(2009)의 엄마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을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자식을 위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녀의 행동은 법과 윤리를 명백히 벗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 관객 역시 그녀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하기에 쉽게 비난하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저지른 일의 무게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고, 그것은 내면의 파괴로 이어진다. 이 인물은 자기합리화의 끝에서 고요하게 무너지는 대표적인 캐릭터다.
<베테랑>(2015)의 조태오는 재벌 3세로, 부와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불법과 폭력을 저지른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유희로 여길 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믿는 건 오직 자신의 위치와 특권이다. 그는 법 위에 군림하며 살아왔기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는 감각조차 없다. 조태오의 자기합리화는 도덕적 기준이 아예 없거나,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케이스다. 그의 인물은 그야말로 현대 사회가 만든 괴물 중 하나다.
<더 킹>(2017)의 주인공 박태수는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사가 된다. 처음엔 정의에 불타던 그였지만, 점점 권력의 맛을 알아가고, 결국엔 부패한 시스템에 동화된다. 그는 스스로를 "이 정도는 다들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위안 삼는다. 사회가 이미 썩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반복된다. 하지만 그 말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변명일 뿐, 삶의 방향을 돌릴 수는 없게 만든다.
<비스트>(2019)의 형사 정한수는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점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거짓과 폭력까지 스스로에게 허용한다. 그의 자기합리화는 사명감에서 시작됐지만, 결국엔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자기합리화는 인간의 본능이다. 누구나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속에서 그 선택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자기합리화는 단순한 방어기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도덕의 경계를 흐리고, 타인을 해치면서도 그것이 옳다고 믿게 만든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은, 어쩌면 가장 무서운 말일지도 모른다. 그 말 뒤에는 수많은 고통과 책임 회피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인물들을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변명이 납득되지 않아 불편해진다. 자기합리화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감정이지만,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누군가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정직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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